베인자를 베는자
2024-01-07
베인자를 베는자
과격한 논쟁을 피하고 싶어 한동안 눈을 감고 내면을 가다듬고 있었는데 그 잠든 정신을 깨우려는지 알고리즘이 이 영상으로 날 이끌었다.
논쟁을 건강히 하는 첫 번째 걸음은 적절히 침묵하는 것이다. 상대방과 부딪힐 논조가 있더라도 완곡히 표현하고 듣는 이를 배려하는 태도는 곧 성숙함이다. 논쟁의 진정한 가치는 더 좋은 결과를 합의하는 데 있기에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하는 것은 가장 먼저 갖추어야 할 자세이다.
그래서 나는 ‘단언’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아는 것은 모래 한 줌과 같아서 흔적 없이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은 것들이다. 누구 앞에서 당당히 자랑하기엔 보잘것없다. 그러니 언제든 바뀔 의향이 있음을 드러내야 하고 겸손한 마음가짐을 되새겨야 한다.
그러나 그 인간의 무지함을 스스로도 모르고 허리춤의 칼로 베인 자를 또 베고 찌르는 사람. 양손에 피를 묻히고 자신이 진리의 편에 서있다며 떠드는 사람을 보고 어찌 가만히 있겠는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 위해 색을 입히는 것이 아니라, 짙게 입혀진 색을 지키기 위해 자기 의견을 고무하는 사람에게 어찌 침묵하겠는가? 그게 내 벗이었다고 한다면 이 가슴은 그저 곱절에 곱절로 아플 뿐이다.
거리에 퍼지는 비명과 울음. 무자비한 SNS를 통해 퍼져나가는 잔혹함과 피비린내는 끔찍한 사건. 우리가 기꺼이 아파해야 할 날이었다. 내가 단언하건대 그들은 무고한 희생자였고 성숙한 사회는 그들을 위해 애도해야 마땅했다.
그러나 당장 주변을 보고 대중의 반응을 보면 이 가슴을 아프게 하는 글이 너무 많다. 그들이 성적으로 문란했다고 말한다. 저급하다고 말한다. 애도의 물결은 감성 팔이라고 말한다. 세상의 아픔은 자업자득이며 문제는 미래없는 멍청한 사회라고 말한다.
내뱉는 사람은 눈을 떠라! 색안경으로 가려진 시야를 되찾아라. 자신이 지금 무슨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지, 어떤 부끄럼 속에 살고 있는지 깨닳아라. 자신들이 멍청하다고 말하는 사회에 스스로도 속해있음을 깨우쳐라.
인간은 인간을 사랑해야한다. 이것이 본질이다. 인간을 정의할만한 속성은 이정도 밖에 없다. 그러니 인간이 인간이려면 마땅히 서로 사랑해야한다. 보듬고 아껴야한다. 내 글이 찌를 그들의 가슴에 난 지금도 아프다. 우리는 마땅히 이런 사랑을 해야하는 것이다.